언론보도

전남일보 <셰익스피어와 한국의 미래> -김강- 등록일 : 2017-04-19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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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3일은 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생일이다. 1564년에 태어났으니 올해로 453주년을 맞이한다. 출생과 관련하여 그가 동네 교회에서 4월26일에 세례를 받았다는 기록이 유일하지만, 당시 관습에 따라 출생 후 3일 만에 하느님의 자녀로 거듭났으니 굳이 계산하자면 23일이 맞는 셈이다. 또한 이날은 영국의 중요한 기념일이기도 하다. 영국의 수호성자인 '세인트 조지 축일'인 덕분이다. 수호성인의 날에 '우연히' 태어난 셰익스피어가 유럽의 눈에 보잘 것 없었던 작은 섬나라를 지구 곳곳에 알린 것은 어찌 보면 필연처럼 여겨진다. 셰익스피어가 세상을 향해 쓴 글들은 영혼이 숨 쉬는 인문학과 인간학의 전서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가 인류문화의 보편적 상징이라는 사실은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 영국 역사에 근대음악과 문학을 이끌었던 인물로서 셰익스피어는 비틀즈와 함께 화려하게 소개됐다.

셰익스피어는 스트래트포드라는 마을에서,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큰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가죽장갑을 파는 수완 좋은 상인이었고, 어머니는 이웃마을 부유한 농장주인의 딸이었다. 아버지는 사업이 번창하여 한때 시장직도 맡았지만, 국가경제의 기틀인 양털산업이 쇠락하면서 채무 때문에 교회출입마저 삼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가정형편 때문에 셰익스피어는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대학에 가지 못하고 중등학교 수준인 문법학교에 다녔을 것으로 추측된다.

셰익스피어는 세상에 머무른 54년 동안 38편의 희곡과 154편의 소네트, 그리고 2권의 시집을 남겼다. 그러나 상세한 개인기록이 부족하고, 귀족이 아닌데다가 대학도 다니지 못했다는 계급적 편견은 진짜 셰익스피어가 누구냐는 미스터리를 낳았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을 비롯하여 다른 작가나 귀족들이 실제 셰익스피어라고 주장하는 학설들이 연이어 발표됐다. 마침내 2011년에 셰익스피어는 한낱 배우이자 사기꾼이며, 옥스퍼드 백작이 '햄릿'의 오리지널 작가로 등장하는 '어나니머스:위대한 비밀'이라는 영화가 개봉됐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학계에서는 바야흐로 스타워즈, 셰익스피어 전쟁이 터진 것이다. 물론 진짜 셰익스피어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문제는 셰익스피어가 세상에 전하려는 메시지를 읽는 것이 아닐까 싶다.

셰익스피어는 르네상스 시대에 살았다. 문예부흥과 인본주의가 꽃피던 시기이다. 유일신 기독교가 지배하던 중세의 암흑에서 벗어나,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학을 바탕으로 인간에 대한 새로운 탐구가 시작됐다. 우주에 대한 과학적 발견과 함께 새로운 입세의식과 창안들이 쏟아졌다. 개벽처럼 사회의 개혁과 분열이 뒤따랐다. 인간이 사고의 중심에 서게 됐다.

'햄릿'과 '맥베스'를 비롯한 셰익스피어의 주인공들은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비록 궁극적 한계에 부딪히더라도 자신의 운명은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한다. 혹시 오늘 나의 삶이 자율의 기력을 잃은 채 타인의 의지에 따라 무기력하게 부유하고 있진 않은지 한번 따져 볼 일이다. 게다가 대선주자들이 하나같이 "네 탓이요"를 외쳐대니, 저들은 누구고 우리는 무엇인지, 세월호에 묻힌 3년의 시간처럼 캐묻기 암담하다. 아, 찍을까 말까 그것이 문제로다!


김강

호남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