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야후와 바퀴벌레의 비유 -김강- 등록일 : 2017-05-25 16:17

- 조회수 : 106
야후와 바퀴벌레의 비유

1726년 아일랜드 출신의 성직자이자 작가인 조나단 스위프트는 당시 영국사회에 큰 논란이 되었던 소설 한 권을 펴냈다. 직업이 내과의사인 레무엘 걸리버라는 인물이 뱃사람이 되어서 세상에 존재하리라고 믿기지 않는 이상한 나라를 여행한 경험을 기록한 책이었다. 스토리의 묘사가 어찌나 생생하고 실감나던지 독자들은 원작자가 걸리버라고 믿을 정도였다.

이 '걸리버 여행기'는 우리가 대개 알고 있는 것처럼, 소인국과 거인국이라는 단 두 개의 여행기로 구성된 소설이 아니었다. 원작에서 걸리버는 모두 네 개의 나라들을 여행한다. 가장 먼저 릴리프트 소인국과 브롭딩낵 거인국이다. 고매한 이성을 지닌 인간 걸리버가 소인국에서는 전쟁을 지휘하는 거대한 영웅이지만, 거인국에서는 한낱 농부의 새장에 갇힌 인형으로 전락한다. 주체에 대한 거꾸로 읽기다. 그 다음은 일본 근해에 존재한다는 하늘을 떠다니는 라푸타 섬나라다. 여기서 문명은 오히려 압제의 근원이다. 마지막으로, 현실과는 정반대로 사람이 부리는 말들이 인간처럼 생긴 '야후(Yahoo)'라는 야만족을 지배하는 후이늠 말나라에 다녀온다.

이처럼 허무맹랑하고 괴상한 여행담이 어린이를 위한 동화로 더 잘 알려진 까닭은 출판사가 소인국과 거인국의 환상적인 모험들을 따로 분리하여 출판했기 때문이다. 걸리버의 기행담이 마치 그림형제의 '백설공주'나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혹은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처럼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도덕적인 교훈을 강조한 판타지로 위장한 셈이다.

'걸리버 여행기'는 단연코 어른용이었다. 소설은 출판 후 영국정부의 매서운 검열 탓에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특히 말나라가 영국과 인간사회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풍자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스위프트는 행간의 은밀한 비유를 통하여 18세기 인류를 조롱한다. 그 무렵 영국은 두 개의 세력이 반목하였다. 종교적으로는 가톨릭과 신교가 대립했고, 정치적으로는 휘그당과 토리당이 이념전쟁을 벌였다. 걸리버는 이러한 혼돈을 소인국 편에서 '달걀깨기'로 비유한다. 달걀의 넓고 좁은 쪽에 상관없이 결국은 먹는 것이 중요한데, 깨는 방법의 차이 때문에 서로에게 절대악이 됨을 고발한다. 사소한 문제에도 파벌을 만들고, 자기이익만을 획책하려는 인간의 극단적 이기심을 비난한다.

비이성적 인간에 대한 풍자는 마침내 야만족에 대한 비유로 치닫는다. 기품 있는 말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인간은 야후라고 불린다. 미국의 온라인포털 '야후닷컴'도 여기서 유래됐다. 모든 인간을 위한 장소라는 취지다. 야후는 벌거벗은 채 집단으로 산다. 아무데서나 배설하고, 노란색 금덩어리를 차지하려 여차하면 싸워댄다.

걸리버의 세계가 오늘 우리와 어찌 그리 닮았을까. 대선에 낙선한 모 후보는 한솥밥 동지들을 낮술에 취한 듯 하루아침에 '바퀴벌레'로 둔갑시켰다. 신출귀몰한 '친박'을 구박하여 막말로 면박을 준 꼴이다. 새타령의 주역 탈당파의 복당 셀프선언에 이은 변신의 귀재다운 코스프레다. 막후권력과 금배지에 대한 성급한 갈증이 또다시 그 무리를 달걀싸움에 부쳤을까.

'무섭도록' 잘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치세가 코리안 야후들의 분탕질에 혹시라도 흐트러질까 염려된다. 무소의 뿔처럼 더욱 당당히 나아가야한다. 정상을 회복하는 희망의 청신호다.


김강 호남대 교수